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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이사를 한다는 건 짐이 적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복잡하고 더 피곤하다.
무작정 짐부터 싸기 시작하면 중요한 걸 빠뜨리기 쉽고, 막상 이사 당일엔 시간에 쫓기게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체크리스트다.
혼자 이사할 때 가장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항목들을 시기별로 정리해본다.

이사 한 달 전.
새 집 계약을 완료했으면 이삿날을 기준으로 역산해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전입신고 예정일도 대략 계산해두고, 기존 집의 계약 만료일과 겹치지 않도록 날짜를 조율해야 한다.
이사 업체를 쓸지 직접 할지 결정하고, 이사업체 견적이 필요하다면 최소 2곳 이상 비교 견적을 받아본다.
짐이 많지 않다면 용달차 + 기사님만 부르는 것도 가능하므로 예산과 상황에 맞춰 판단한다.
이사와 관련된 공과금, 인터넷, 가스, 전기, 수도 등은 이 시점에 해지 또는 이전 신청을 해둔다.
특히 인터넷은 이전 신청을 미리 하지 않으면 1~2주씩 대기할 수 있으므로 빨리 움직이는 것이 좋다.

이사 2주 전.
버릴 짐과 챙길 짐을 구분한다.
이참에 필요 없는 물건은 중고거래하거나 재활용으로 버리는 것이 좋다.
의외로 이사 비용은 짐의 양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버리는 것도 절약이다.
박스, 테이프, 마커, 뽁뽁이 등 포장 자재를 준비한다.
편의점 택배 박스를 활용하거나 중고 거래 커뮤니티에서 무료로 구할 수도 있다.
냉동식품, 양념류, 유통기한 임박한 식재료는 이때부터 줄이기 시작한다.
이사 당일에는 냉장고 전원을 꺼야 하기 때문에 냉장고를 비워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사 1주 전.
본격적으로 짐을 싸기 시작한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부터 포장하고, 상자마다 어떤 물건이 들어있는지 적어두자.
방, 주방, 욕실 등 구역별로 분류하면 나중에 풀 때 훨씬 수월하다.
귀중품, 신분증, 현금, 중요서류 등은 따로 챙겨서 마지막까지 개인 가방에 두는 것이 좋다.
침구류, 세면도구, 옷은 이사 당일까지 사용해야 하므로 가장 마지막에 포장한다.
새 집 쪽 주소로 전입신고 예정일을 메모해두고, 택배 정기배송 등도 주소지를 변경한다.
우편물은 우체국 홈페이지에서 일시 이사 신청으로 1~2개월 자동 전달 받을 수도 있다.

이사 하루 전.
냉장고 전원을 끄고 문을 열어둬 내부 성에를 녹인다.
가스 차단 여부를 확인하고, 가스 업체에 이전 설치 예약을 확인한다.
엘리베이터 있는 건물이라면 이삿날에 사다리차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주차공간 확보도 요청해둔다.
이사 업체를 부를 경우 정확한 도착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혹시 모를 지연 상황에 대비해 비상 연락망도 확보해둔다.
핸드폰 충전기, 생수, 간단한 먹거리 등 이사 당일 사용할 기본 물품은 별도로 챙겨놓는다.

이사 당일.
짐을 싣기 전에 빠진 물건은 없는지 최종 확인하고, 가스·전기·수도 계량기 사진을 찍어둔다.
짐이 실리면 집 안 청소를 간단하게 마무리한다.
새 집에 도착하면 짐을 내릴 순서를 미리 정리해서 현관 주변이 복잡해지지 않도록 한다.
가장 먼저 설치가 필요한 건 침대, 냉장고, 세탁기 순서다.
혼자 이사할 경우 전자제품 설치 기사를 따로 불러야 할 수도 있으므로 사전 예약이 필수다.

이사 후 일주일 이내.
전입신고는 가까운 동주민센터나 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가스, 전기, 수도 요금이 정상적으로 이관되었는지 확인하고, 냉장고/세탁기 상태 점검도 해본다.
새 주소로 택배, 은행, 각종 가입 서비스의 주소 변경도 마무리한다.
아직 남은 박스가 보이면 가급적 빨리 정리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혼자 이사는 체력보다도 ‘체계’가 중요하다.
막연하게 준비하면 뭔가 놓치기 쉽고, 막상 당일엔 정신없는 하루가 된다.
위 순서를 하나씩 따라가며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면 훨씬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이사란 결국 정리의 기술이다.
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삶을 다시 배치하는 과정이다.